[2세부] 베트남 날아간 서울대 교수들… '과학 인재' 잡으려 마이크 잡았다

2026-05-11l 조회수 31

베트남 날아간 서울대 교수들… '과학 인재' 잡으려 마이크 잡았다

고교·대학 찾아 입시설명회 열어


베트남 하노이과학기술대(HUST)에서 열린 서울대 공대 입시 설명회. 서울대 공대 교수들은 2024년부터 매년
베트남 호찌민국립대와 하노이과학기술대를 찾아 입시 설명회를 열고 있다./서울대 공대

 

서울대 자연대와 베트남 하노이국립대는 매년 각 학교 우수 학생 2명을 등록금을 면제해
주고 교환 학생으로 받아들인다는 양해각서를 지난 19일 체결했다. 학생 선발 절차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자연대 교수 8명이 베트남을 직접 찾아 하노이대 교수·학생들을 면담했
다. 유재준 자연대학장은 “교환 학생 수준을 넘어 베트남 출신 서울대 학부생·대학원생
도 늘리겠다”며 “우수 인재들에겐 5년간 생활비·등록금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대 공과대학도 2024년부터 매년 호찌민국립대와 하노이과학기술대를 찾아 입시 설
명회를 열고 있다. 공대 교수들은 베트남 명문 고등학교도 방문해 ‘학부생 조기 리크루
팅’도 하고 있다. 김영오 공과대학장은 “서울의 높은 물가를 걱정하던 학생들이 생활비
까지 지원하겠다는 이야기에 눈빛이 달라진다”고 했다.

 

서울대 이공계 학과들이 베트남 인재 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 대학들이 과학 인
재 쟁탈전을 벌이는 가운데, 학령 인구 감소와 의대 쏠림으로 연구실이 텅 비어가는 한국
의 ‘인재 기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잇따라 베트남으로 리크루팅 원정에 나서는 것이다.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등으로 중국 유학생이 급감해 경영난에 빠진 지방 대학들은
이전부터 베트남 등 동남아 유학생 유치 경쟁을 해왔다. 그런데 서울대까지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는 건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베트남에서 이공계 열풍이 불어 과학 인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유교 문화권이라 한국 문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점
도 이점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베트남의 우수 인재들을 학부 단계에서부터 선발해 한국
문화에 익숙한 고학력 연구 개발 인력으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한 해 대입 수험생이 116만명인 베트남에서 최고 인기 학과는 전기전자공학과와 컴퓨터
공학과라고 한다. 의대보다 훨씬 인기다. 데이터과학, AI학과 등도 대학 입시에서 합격
점수가 가장 높은 학과들이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한국은 이공계 연구를 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베트남은 젊은 사람이 넘쳐난다”며 “특히 삼성, SK하이
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공학 인재’로 성공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 자연대의 한 교수는 “베트남 학생들은 중국 학생들에 비해 기
술 유출 우려가 낮고 장기 체류 의지도 높다”고 했다.

한국 내 베트남 유학생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 집계(작년 8월 기준)에 따르면 베
트남에서 온 한국 유학생은 10만7800여 명으로, 중국(8만6100여 명)을 처음으로 제치고
한국 유학생 최대 배출국이 됐다. 중국이 2020년부터 이공계 인재 특화 선발 프로그램
‘강기(强基·과학 우수자 선발 강화) 계획’ 등을 통해 엘리트 과학 인재 육성에 총력전을
벌이면서 한국 유학 인기가 시들해진 반면, 베트남은 한류 열풍이나 영미권과 비교해 저
렴한 유학비 등으로 유학 희망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공대 내 동남아 국적 학생도 2021년 47명에서 2025년 90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그중 베트남 학생도 2023년 11명에서 2025년 26명으로 늘었다.

다만 베트남의 우수 대학생들이 서울대로 옮기려면 제약이 아직 많다. 서울대 공대·자연
대는 베트남의 우수 학생들을 편입시키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서울대 입학본부
는 “입시 경쟁을 치른 한국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해외 학생 편입이 쉽지 않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베트남 학부생들은 글로벌인재전형을 거쳐 신입
생으로 재입학해야 한다. 외국인이나 해외에서 초·중·고 과정을 이수한 재외국민을 선
발하는 정원 외 전형이다. 고등학교 성적과 어학 성적, 면접 등을 통해 선발한다.

서울대는 이달 초 글로벌 연구·학생 교류 등을 담당하는 ‘국제처(處)’를 신설했다. 국제
처는 외국 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학생들의 교류 프로그램을 늘린다. 외국인 교
원 유치를 위한 행정 지원과 비자 발급·은행 업무 등 일상 생활 지원 기능도 강화할 예정
이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6/01/28/I3E5QLTMNZFGXIZPEI5NJINACM/
조선일보

김도연 기자 ㅣ 한영원 기자
2026.01.28.